눈부신 날들이었다.

창업에 대한 단상

2017. 3. 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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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의 일입니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에서 제법 괜찮은 포지션에 있었습니다.
다들 여기서 잘 버티면 꽤 괜찮은 미래가 있을 거라고들 했습니다.
하지만 대형 프로젝트를 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죠.
새로운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분들과 많이도 싸웠습니다.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이렇게 살면서 나중에 저 자리(임원)에 가더라도 전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창업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나이는 '이런 시도를 해 볼만한 시기다.', '해보고 안되면 다시 취직하면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같이 일하던 동료 가운데 마음이 맞는 분들과 의기투합해 새로운 일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거의 1년을 준비해 창업을 하게 됩니다.

돌아보면 결국 금전적 성공을 이루지 못해 다시 업계(?)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아쉽기도 하지만 얻은 것도 많았기 때문에 굳이 실패라고 인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제가 고민하고 준비했던 것 가운데 혹시나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이 있을까 해서 글을 남깁니다.

법인을 설립할 때 고민할 것이 많았습니다.
사무실은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법인명은 무엇으로 정할지, CI는 어떤 의미를 담을지, 명함은 어떻게 할 지, 법인계좌를 만들고 법인카드를 만들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하나하나 굉장히 즐거웠던 작업이었습니다.

요즘 젊은 스타트업에서 유행하는 것들도 제법 해보고 싶었습니다.
출퇴근에 대한 압박없이 기본적인 룰만 정하고 서로에게 터치하지 않았습니다.
점심시간마다 맛집을 찾아 다니기도 하고, 평일 낮에 함께 놀러(?)다니기도 했습니다.
역시 남들 일할 때 가장 잘 놀 수 있더군요. ㅎㅎ
그래도 일에 대해선 꾸준히 고민하고 노력했습니다.
불필요한 회의와 문서작성을 없애고 의사결정이 빠르니 정말 좋았습니다.

행정적, 법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도 많겠지만 그것보다는 주 사업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건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그래서 법인설립의 행정적 절차는 법무사, 월별 자금 및 세금 처리는 세무사 사무실에 맡겨 주 업무에 집중했습니다.
물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직접 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사업초기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저는 최초 BEP(break even point, 손익분기점)을 6개월로 잡았습니다.
아무래도 IT쪽에 기반한 사업이니 재고나 물류를 위한 비용이 존재하지 않다는 게 큰 장점이었습니다.
초기 비용이 적게 든 대신 인건비는 꾸준히 압박을 받는 구조였죠.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은 한번 시도해보고 '어라? 생각대로 잘 안되네?'라는 생각이 들면 빨리 실패로 인정하고 빠져 나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초조해지고 손익의 개선은 정말 힘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첫 6개월이 가장 중요합니다.
실패하더라도 빨리 처리하고 나오면 충격이 덜합니다.
얼른(?) 직장을 구해 다음 작업을 준비할 수 있게 말이죠.

저는 6개월, 1년, 1년 6개월.. 의 로드맵을 그렸습니다.
처음에는 넘치던 자신감도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함으로 바뀌더군요.

그리고... 빠져나왔습니다.

다시 일반 직장생활로 돌아와서 느끼는 게 많습니다.
다시 불필요한 회의와 문서작성이 생기긴 했지만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회사와의 고용관계를 생각하고, 내가 이 회사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또 앞으로 무엇으로 가치를 창출하게 될지 꾸준히 생각합니다.

오늘도 출근길에 무료해질 수 있는 회사 생활에 무엇이 단비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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